꽃 이야기

장미 '더 엔시언트 마리너', ​푸른 기와 아래, 분홍빛 설렘으로 피어나다

Chipmunk1 2026. 5. 28. 00:00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한가운데, 전주수목원 장미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레기 마련입니다. 수많은 장미가 저마다의 미색을 뽐내는 그곳에 유독 마음을 붙잡는 고운 얼굴이 있습니다. 영국의 시인 사무엘 콜리지의 시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데이비드 오스틴의 명작, '더 엔시언트 마리너'입니다.

겹겹이 포개어진 꽃잎은 중심부로 갈수록 짙은 핑크빛으로 물들고, 가장자리는 부드러운 우윳빛을 머금어 보는 이의 마음을 단숨에 포근하게 감싸 안습니다. 수줍은 듯 몽우리를 터뜨리는 어린 가지부터, 마침내 탐스러운 자태를 완전히 열어젖힌 꽃송이까지, 자연이 빚어낸 그라데이션은 그 어떤 화가의 붓끝으로도 흉내 내지 못할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특히 수목원의 호젓함을 더해주는 전통 기와지붕을 배경으로 마주한 풍경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먹빛 기와의 단단하고 묵직한 선 위로 넘실거리는 화사한 분홍빛 장미의 물결. 전통의 아늑함과 서양 장미의 화려함이 이토록 다정하게 어우러질 수 있을까요.

한참을 머물며 맑은 오월의 햇살 아래 생동하는 장미의 숨결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꽃잎 한 장 한 장에 맺힌 온기와 싱그러운 초록의 잎사귀들이 지친 일상에 잔잔한 위로를 건네주는 듯합니다.

눈 사방이 온통 장미로 가득했던 날, 전주수목원에서 만난 이 고결한 아름다움을 마음 한편에 오래도록 담아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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