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울릉도의 숨결을 품은 하얀 미소, 섬괴불나무

Chipmunk1 2026. 5. 4. 00:07

​봄이 깊어가는 사월의 마지막 자락, 전주수목원에서 눈부시게 피어난 섬괴불나무를 만났습니다.

울릉도가 고향인 이 나무는 육지의 괴불나무보다 잎도 크고 꽃도 풍성해, 그 기세가 당당하면서도 선한 기운을 뿜어냅니다.

​마치 순결한 섬처녀가 하얀 모시 저고리를 입고 봄나들이 나온 듯, 티 없이 맑은 꽃잎들이 층층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화려한 기교 대신 소박하고 단정한 미를 택한 이 꽃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쌓였던 소란스러움이 금세 잦아듭니다.

​가장 이른 아침의 이슬을 머금은 듯한 '순결무진'한 그 얼굴들. 오월이 오기 전, 서둘러 피어난 그 맑은 꽃망울들과 눈 맞춤하며 사월의 마지막 풍경을 정성껏 담아봅니다.

​꽃은 누군가에게 말을 걸기 위해 핀다는데, 섬괴불나무 꽃은 마치 조용한 기도를 올리는 듯합니다.

잎겨드랑이마다 두 송이씩 짝을 지어 피어난 모습이 정다우면서도, 그 빛깔만큼은 범접할 수 없는 고결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장미처럼 붉은 열정은 아니어도, 이 하얀 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릴 때면 수목원 전체에 맑은 서늘함이 번지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하얗게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며 노랗게 변해가는 모습은, 마치 인생의 순수함이 깊은 지혜로 익어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보여주고 싶지만, 동시에 나만 알고 싶은 비밀스러운 순결함. 오늘 그 귀한 풍경을 마주하며 저는 다시금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