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봄꽃의 축제가 시작될 무렵
울타리 밑, 그늘진 구석에서
조용히 피어난 긴병꽃풀입니다.

보송보송 솜털 입은 연두색 잎사귀 사이로
보랏빛 입술 사그라드니
그 속에 감춰진 짙은 점무늬가
마치 수줍은 호랑이 얼굴 같습니다.

가만히 다가가 코끝을 대보면
박하향 닮은 상큼한 향기가
바쁜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화려하지도, 높이 자라지도 않지만
땅바닥에 낮게 엎드려
제 몫의 봄을 살아내는 작은 생명.

그 소박하고도 강인한 몸짓에
마음 한구석에 작은 위로가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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