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봄을 영접하는 영춘화

Chipmunk1 2026. 3. 27. 11:23

겨울의 끝자락, 아직 산천의 빛깔이 무채색에 머물러 있을 때 가장 먼저 눈을 뜨는 생명이 있습니다. 이름부터가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영춘화(迎春花)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개나리와 혼동하기도 하지만, 영춘화는 개나리보다 한 보폭 먼저 세상 밖으로 노란 발걸음을 내딛는 진정한 봄의 전령사입니다.

영춘화의 매력은 그 정직한 색채에 있습니다.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노란 꽃잎은 마치 겨우내 웅크렸던 대지에 켠 작은 등불 같습니다. 댓가지를 닮은 초록빛 줄기마다 조롱조롱 매달린 꽃송이들은 햇살을 머금어 더욱 눈부십니다. 특히 활짝 피기 전, 수줍게 고개를 내민 붉은 꽃봉오리는 마치 첫 나들이를 앞둔 아이의 설레는 마음처럼 발그레합니다. 그 붉은 기운이 서서히 옅어지며 눈부신 노란 꽃잎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자연이 부리는 가장 경이로운 마법 중 하나입니다.

이 꽃은 화려한 향기로 유혹하지 않습니다. 대신 단정하게 갈라진 다섯 혹은 여섯 갈래의 꽃잎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합니다. 휘어진 가지 끝마다 매달린 노란 꽃망울들은 마치 "이제 봄이 왔으니 안심하세요"라고 속삭이는 희망의 전언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영춘화의 꽃말은 '희망'입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낸 이들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따뜻한 위로인 셈입니다.

전주수목원의 너른 뜰에서 만난 영춘화는 유독 풍성했습니다. 무리지어 피어난 노란 물결은 뒤편의 붉은 매화와 막 개화를 시작한 아리따운 분홍빛 목련과 함께 어우러져 동양화 속 한 장면 같은 깊이를 더해줍니다. 삭막했던 가지 위로 차오른 이 노란 생명력은 보는 이의 마음속에도 작은 봄을 피워냅니다.

영춘화가 지고 나면 본격적인 봄의 축제가 시작되겠지만,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모두가 주저할 때 가장 먼저 찬 바람 속으로 걸어 나와 노란 길을 열어주었던 그 용기 있는 아름다움을 말입니다. 오늘 렌즈에 담긴 영춘화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오매불망하던 희망 그 자체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