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14.

경회루(慶會樓)가 꽁꽁 얼어붙은 연못과 대비되어 조선 왕실의 위엄을 더욱 강렬하게 뿜어내고 있습니다.

경회루는 원래 조선 태종 때 지어졌는데, 여기에는 노비 출신의 천재 건축가 '박자청'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박자청은 원래 궁궐의 문지기였으나, 건축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 태종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태종은 사신을 접대할 웅장한 누각을 원했고, 박자청은 습한 땅이었던 이곳에 거대한 연못을 파고 섬을 만들어 그 위에 경회루를 세웠습니다. 당시 기술로 불가능해 보였던 이 거대 공사를 단 8개월 만에 완공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연못 바닥에는 오랫동안 전설로만 내려오던 비밀이 하나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 기록에는 "경회루 연못에 구리로 만든 용 두 마리를 넣어 화재를 막게 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1997년 연못 준설 작업을 위해 물을 뺐을 때, 실제로 길이 1.5m, 무게 66kg의 구리 용이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이 용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여전히 연못 속에는 또 한 마리의 용이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경회루는 왕과 신하가 '경사스러운 만남'을 갖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성종 시절, 한미한 신분이었던 교리 구종직이 밤에 경회루의 아름다움에 취해 몰래 숨어 들어갔다가 성종과 딱 마주쳤다고 합니다.
당황한 구종직에게 성종은 벌을 내리는 대신 암송을 시켰고, 그 실력에 감탄한 성종은 오히려 그에게 술을 하사하며 격려했다는 훈훈한 일화가 전해집니다.

경회루의 바깥쪽 기둥은 사각형, 안쪽 기둥은 원형입니다. 이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을 담은 것입니다.

겨울철 연못의 눈과 얼음 위에 드리워진 경회루의 그림자가 무척 선명합니다. 이는 겨울 경복궁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회루(慶會樓) 겨울풍경
천 년의 푸른 하늘 아래
얼음 바다가 펼쳐졌네
돌기둥 굳건히 뿌리내리고
붉은 난간 설화를 엮는 경회루(慶會樓).
차가운 겨울 바람 숨죽여 흐르고
지붕 위 기와엔 흰 눈이 쌓여
한때 연회(宴會)의 흥취 넘치던 곳
이제는 침묵의 무게를 지고 서 있네.
연못 위 드리운 그림자
깊은 물속 용의 전설 깨우나
얼음 아래 고요히 흐르는 시간
봄날의 영화(榮華)를 꿈꾸는가.
창문 너머 멀리 북악(北岳)이여
고요히 세월을 감싸 안았네
이곳에 서서 천지를 품으니
왕의 마음인 양, 만상(萬象)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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