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내려와 앉은 못 위에
세상은 제 몸을 정직하게 눕혔다.
눈 덮인 백학봉의 웅장한 골짜기도
오랜 세월을 버틴 쌍계루의 붉은 기둥도
차가운 물속에 잠겨 비로소 안식을 찾는다.
실재(實在)와 그림자가 마주 보는 경계,
어느 쪽이 삶이고 어느 쪽이 꿈인가.
잔잔한 수면은 묻지 않고
그저 푸른 여명을 통째로 삼켜 낼 뿐.
바람 한 점 허락지 않는 고요 속에서
산은 물 위로 다시 솟아오르고
나는 찰나의 풍경 속에 갇힌 채
영원히 썩지 않을 푸른 기억 한 점을 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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