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삼고초려 끝에 입도하게된 가파도의 깊어가는 가을풍광

Chipmunk1 2025. 12. 18. 00:00

2025. 11. 04.

가파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속하는 섬으로, 제주도 부속섬 중 네 번째로 큰 섬입니다.

섬의 모양이 바다를 헤엄치는 가오리(가파리)를 닮았다는 설과 덮개 모양을 닮아 '개도(蓋島)'라고 불리던 것이 변형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면적은 약 0.84~0.9㎢이며, 인구는 약 170~300명 정도로 소규모 마을이 두 곳(상동과 하동)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1751년 제주목사 정연유가 소 방목을 허가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으며,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이 다수 남아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본섬과 뱃길이 활발하지 않아 봉화를 피워 신호를 주고받는 통신 수단이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유서 깊은 가파도 가는 길이 어찌나 험난하던지, 제주에 입도한 지 삼일째 되는 날 첫배를 타려고, 안내전화도 아직 안 되는 이른 아침에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으나, 풍랑과 이안류 때문에 결항이라는 안내를 받고 뒤돌아서야 했고, 나흘째 되는 날엔 오전에 두 편 출항한다는 안내를 받고, 날아갈 듯 달려갔으나, 운진항으로 나오는 배편은 없다는 안내를 받고, 두 번째로 돌아서야 했기에, 이번 여행에서는 딱히 볼만한  것도 없을 듯싶은 판단에 가파도 입도는 포기하려 했으나, 제주를 떠나오기로 한 마지막 날인 엿새째 또다시 운진항으로 달려가 드디어 가파도행 정기여객선에 오릅니다.

가파도에서의 첫 일정으로 만사 제쳐놓고, 아침식사를 위하여 해물짜장하는 식당을 향해 바쁜 걸음을 합니다.

식사 후,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상동포구 쪽으로 걸으면서, 뿌옇게 잘 보이지 않는 한라산과 산방산, 그리고 송악산을 바라보며, 영화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지 주변에 피어난 쑥부쟁이꽃과 방가지똥꽃과 눈맞춤합니다.

그리고, 가파도 둘레길을 처음부터 걷기 위해, 송악산과 산방산이 가까이 보이는 상동포구로 다시 돌아옵니다.

상동포구를 출발해, 오른쪽 방향으로 마라도를 바라보면서 가파도 둘레길을 유유자적 걸어봅니다.

입도 후 두 시간 정도 시차를 두고 운진항으로 다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그네는 아홉 시 첫배를 타고 가파도에 들어와서 4시간 반 정도를 가파도에 머물기로 했기에, 여유롭게 가파도를 유람합니다.

마라도를 바라보면서 걷다가, 월령포구에서 자주 만났던, 바다직박구리와 조우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져봅니다.

해안가 수풀 속에는 네발나비등 곤충들이 몇 송이 안 되는 서양민들레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다와 어우러져 참억새를 필두로 각종 억새들의 꽃이 가파도 전체를 뒤덮으며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합니다.

가파도 중앙에 위치한 전망대 주변에는 팜파스그라스가 송악산과 산방산을 바라보며 스러질 듯 바람에 흔들리며, 기대하지 못했던 가파도의 가을풍광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전망대에서 상동포구를 향해 걷다 보니, 오래전 상추자도 등대공원에서 처음 봤던 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파도에 자라는 돈나무는 남부 지방과 제주도, 일본, 타이완 등지에 분포하는 상록성 관목으로, 키는 2~4m 정도로 작고 바닷가 산기슭에서 잘 자랍니다.

돈나무는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반원형의 수관을 이루며, 잎은 어긋나게 가지 끝에 모여 달리고 두껍고 윤이 나는 녹색 잎입니다.

꽃은 5월경에 하얀색으로 피고 점차 노란색으로 변하며, 향기가 매우 진해 산책로를 향긋하게 만듭니다.

돈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암나무와 수나무가 구분되며, 10월경 노란 황갈색 열매가 맺히는데, 열매는 둥글거나 타원형으로 3개로 갈라져 붉고 끈적이는 씨가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습니다.

이 끈적임 때문에 파리 등 곤충들이 많이 모여들어 가파도에서는 ‘똥나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돈나무 열매는 단맛이 나는 진액이 묻어 있어 씨앗이 동물의 털에 붙어 퍼지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나무껍질과 뿌리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가파도에서 돈나무는 해풍과 염분에 강해 해안가 방풍림이나 정원수로도 적합하며, 꽃과 열매 모두 아름답고 향기로운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동포구 여객선터미널에 있는 가파도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가파도에서 수확한 청보리라떼 한잔하면서 운진항으로 데려다줄 여객선을 한가로이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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