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마재성지의 여름풍경

Chipmunk1 2025. 8. 9. 05:29

2025. 08. 05.

언제나처럼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마재성지를 찾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고향이자 맏형 정약현, 자산어보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둘째 형 정약전, 셋째 형 정약종의 고향이기도 한 정약용 일가의 삶이 그대로 조명되고 있는 한국천주교회의 요람 중 하나로 지금도 주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성당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일요일이 아닌 오늘 같은 평일에는, 특히 이른 아침에는 고요하기 이를 데 없어 잠시 마음을 쉬어 가기에는 여느 산사 못지않게 편안합니다.

순교자들을 기리는 순교현양에는 성스러운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의 상이 있지만, 나그네의 눈에는 정난주마리아(다산의 맏형인 정약현의 딸)가 남편 황사영의 순교로 두 살배기 아들 황경한을 제주도 유배길에 추자도 예초리 해안에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듯한 슬픔이, 살아생전 상봉하지 못하고, 어머니 정난주마리아는 제주도 대정의 모슬봉에 묻히고, 아들 황경한은 날마다 어머니를 그리다가 하추자도 예초리 산기슭에 묻힌 모자가 뒤늦게 환생한 듯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다만, 온화한 미소가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줍니다.

성모마리아상과 순교현양 비석 뒤쪽의 풀협죽도(플록스)의 꽃말처럼 온화한 마음과 사랑의 맹세, 일편단심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여름 마재성지의 아침은 무더위 대신 성스러운 고요 속에서 서서히 햇살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일요일이면 자동차로 가득한, 그러나 오늘 아침은 텅 비어 있어 여백이 있고 넉넉해 보이는 마당 위로 내리쬐기 시작하는 뙤약볕이 예외 없이 마재성지를 또다시 뜨겁게 달궈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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