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2

제주도의 폭설이 트라우마가 된 지난 기억을 소환한 기시감(旣視感, Déjà Vu 데자뷔)같은 현상을 온몸으로 느낀 주말을 보낸 나의 단상

처음 겪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겪었었던 일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을 기시감 혹은 흔히 데쟈뷰 현상이라고 하는데, 지난 주말 제주 공항이 폭설과 강풍으로 거의 전 노선이 결항 되어 관광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숙소를 구하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뉴스가 시간마다 들려오면서, 지금으로 부터 정확히 6년 11개월 전 쯤, 그러니까 2016년 1월 23일이 소환되어,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않은 추억이 슬그머니 되살아났다. 이른 아침부터 강풍이 불고 폭설이 내리는 고내포구를 출발해서 광령1리 사무소 까지 가는 (역)올레길 16코스에는 평소와 달리 지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강풍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해안길을 지나 아이젠도 없이 산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어찌..

나의 이야기 2022.12.19

표선해안의 낙조(落照)

2022. 11. 04. 몸이 날려갈듯 강력한 바람이 제대로 몸의 중심을 잡고 서 있기가 불편할 정도로, 오늘 바다는 새벽 부터 극성을 부려 마라도에 가려던 일정도 다음주로 미뤄야했는데, 해바라기를 보고 성산쪽으로 가려다가 해넘이를 보고자 잠시 표선해안에 멈춰, 온 몸으로 맞은 해풍은 가히 태풍급 해풍이라고나 할까? 셀카봉을 제대로 붙들고 서 있기 조차 힘들었다. 강풍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구름과, 그리고 해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부분 일식처럼 불금의 낙조를 코믹하게 만들어 해안 끝, 한라산 자락을 막 넘으려는, 벌레가 파 먹는듯한 신비로운 해의 모습에서 만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었다. 이윽고, 강풍에 스러지듯 짧은 찰라에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마라도 대신 표선해안에서 멋진 낙조를 음미하면서 제주..

제주도 이야기 202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