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29.

가을의 붉은 장관으로 익히 알려진 내장사 일주문 단풍터널길. 하지만 한여름 폭염 속에서 만난 이 길은 또 다른 깊은 위로를 건넨다.

머리 위를 빽빽하게 메운 푸른 단풍잎들은 기세등등한 땡볕을 온몸으로 안아 들고, 길 위에는 짙고 시원한 그늘 자리를 아낌없이 깔아준다. 가을날 화려하게 피어날 제 모습을 준비하며, 지금은 지친 걸음에 쉬어가라 고요히 그늘을 내어주는 나무들.

단풍나무가 주는 이로움이 어찌 붉은 계절에만 있겠는가. 초록의 품에서 시원한 바람 한 조각을 맞이하며, 계절을 견디고 기다리는 푸른 잎들의 다정한 배려를 새삼 마음에 담아본다.

녹음(綠陰)의 길
푸르른 잎사귀들 햇살을 안아 들고
길 위에 짙은 그늘 아낌없이 내어주니
가을을 기다리는 뜻, 걸음마다 그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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