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녘 머리 무겁던 안개 숲을 지나
상큼한 찬 공기에 아픔을 씻어내니
어느새 세상은 투명한 유리알 되어
나의 발길 닿는 곳마다 반짝입니다

파란 잉크를 쏟아놓은 듯한 하늘 한복판
수줍게 내민얼굴 반쪽을 넘어선 하얀 달
해보다 조금 늦은 오전에 슬그머니 나와
오늘 하루 고생했다 눈 인사를 건넵니다

아침의 개울가는 단단히 얼어 붙어
조심스레 내딛던 그 긴장의 걸음들
이제는 둥실 떠오른 저달빛에 실어
허공으로 가볍게 흩 뿌려 보냅니다

세상은 여러가지 숫자로 소란히 요동치지만
저 달은 구름 한 점 없는 고요 속에 머물면서
가진것 다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비움의 미학을 유유자적하며 일깨워 줍니다

상큼했던 아침과 신비로운 이 저녁 사이
평온을 되찾은 마음이 가장 큰 수익이니
오늘 밤 지는 달을 배웅하는 시간까지는
나그네 꿈속은 푸른 달빛만 가득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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