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초가을 아침 녘에 시원해진 백양사 가는 길 풍경 스케치

Chipmunk1 2025. 9. 12. 03:43

2025. 09. 03.

어느덧 해가 눈에 띄게 짧아지고, 추분이 코앞에 닥치니, 해돋이 시간도 많이 느려져, 여섯 시가 넘었지만, 아직은 어스름한 백양사 일주문을 지납니다.

장성 백양사는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백암산 자락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로, 632년 백제 무왕 33년에 승려 여환이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초기에는 백암사, 정토사 등으로 불렸으며, 조선 선조 7년(1574)에 환양선사가 법화경을 독송할 때 흰 양이 몰려들었다는 전설에 따라 ‘백양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합니다.

백양사는 내장산국립공원에 속하는 백암산에 자리하며, 특히 단풍과 비자나무 숲으로 유명합니다.

1962년에는 백양사 비자나무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2008년에는 백양사와 인근 백학봉 일대가 명승으로 지정되어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백양사는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함께 불교 수행과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많은 역사적 인물과 문화유산을 간직한 명찰입니다.

이처럼 장성 백양사는 역사적 가치와 자연경관이 뛰어난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입니다.

한동안 주차장으로 요긴하게 이용하던 일반차량의 진입을 통제하는 다리의 오른쪽 주차장이 공사 중으로 번잡해 보여, 한동 안 주차를 금지했던 징검다리 앞에 오랜만에 주차를 하고, 이제 막 산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는 아침해가 백학봉을 비추고, 수초가 가득한 약수천의 조용한 물 위에 투영된 백학봉의 신령스러운 데칼코마니를 보면서 징검다리를 건너 쌍계루를 향해 작은 호수가 된 쌍계루 둘레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제법 지원해진 20도 미만의 아침 기온에 짧은 팔 티셔츠와 5부 바지가 조금은 몸을 움츠리게 하는 청량한 기온에 온몸과 마음을 맡깁니다.

수초가 가득한 약수천 작은 호수 가운데 작은 바위섬 위에, 약수천의 터줏대감 왜가리가 언제나처럼 누구를 기다리는 듯 외로이 홀로 서있습니다.

또 하나의 약수천 터줏대감인 우람한 수탉이 목청껏 훼를 치는 약수천 작은 호숫가 둘레길의 독특한 아침풍경입니다.

도토리가 익어가는 울창한 떡갈나무의 사열을 받으며, 아직은 초록초록한 애기단풍나무가 약수천을 뒤덮을 기세로 가을을 연상시키는 단풍길 끄트머리이자 백양사 경내로 들어가는 관문인 쌍계루 앞 약수천의 징검다리 위에 서서 좀 더 가까이 투영되는 백학봉을 등에 업은 쌍계루가 흔들림 없이 모여있는 계곡물 위에 단풍 대신 그림 같은 녹음과 함께 멋진 데칼코마니를 선물해 줍니다.

쌍계루 앞에는 약수천에서 올라온 듯한 머스코비오리(Muscovy duck)들이 한가롭게 시나브로 찾아온 백양사의 초가을 날씨를 즐깁니다.

쌍계루 앞 다리를 지나 언제나 듬직해 보이는 사대천왕문을 지나 드디어 백양사 경내로 들어섭니다.

봄이면 장관을 이루는 경내 사대천왕문 왼쪽의 서향 군락 아래서, 여름꽃 옥잠화가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려는 듯, 밤 새 피었던 하얀 꽃송이가 눈부신 아침 햇살에 놀라 서서히 눈을 감으면서도 방긋 웃어줍니다.

사대천왕문 오른쪽 종무소 너머로 백학봉이 웅장하게 솟아오르고, 천명을 다해가는 붉은 배롱나무꽃이 차가워진 아침 공기에 조금씩 사그라져가고 있습니다.

백양사 경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청운당 앞 연못 속의 비단잉어들이 일으키는 작은 파문에도 흔들리며, 데칼코마니를 훼방하는 찰나의 시간들을 기다리며, 지난봄에 뿌리 채 뽑혀서 흔적조차 없어진 붉은 인동덩굴꽃을 회상하며, 나름 최상의 데칼코마니를 담아봅니다.

청운당 앞 연못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병풍처럼 아늑하게 백학봉의 호위를 받고 아침 예불이 끝나가는 대웅전 앞에 섭니다.

그리고, 대웅전 뒤뜰에 백양사가 자랑하는 팔 층 석탑 탑돌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어봅니다.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쪽지들이 걸리기 시작한 백양사 보리수나무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나무로 불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원래 인도산 보리수나무는 뽕나무과가 아닌 무화과나무의 일종으로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지만, 한국의 백양사 등 많은 사찰에서는 피나무과에 속하는 보리자나무(피나무)를 대신하여 ‘보리수나무’라 부르고 있습니다.

보리수나무 잎은 하트 모양이며, 열매는 가을에 검게 익어 염주(염주알) 제작에 사용됩니다.

즉, 백양사 보리수나무는 인도 원산의 진짜 보리수나무와는 다르지만, 불교 전래 과정에서 상징성과 실용성을 고려해 대체된 나무로써 오랜 세월(대략 300년 이상) 사찰에서 귀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리수나무를 뒤로하고, 사대천왕문을 나서 가을이 코앞에 다가온 사바세계로 천천히 되돌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