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이 짙어가는 5월의 전주수목원 눈에 잘 띄지 않는 곳곳에 보랏빛 물결이 일렁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스로 그러하다'는 이름처럼 당당하면서도 단아한 기품을 지닌 자란(紫蘭)입니다.

자란은 본래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야생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햇볕이 잘 드는 전남이나 경남의 해안가, 혹은 섬 지역의 풀밭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가만히 들여다본 자란의 꽃말은 '서로 잊지 말자', '그리움'이라고 합니다. 짙은 보라색 꽃잎 속에 새겨진 정교한 무늬는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의 흔적 같기도 합니다.

화려한 원예종 꽃들 사이에서도 자란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꼿꼿하게 세운 잎사귀 사이에서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 피어나는 그 절제미 때문이 아닐까요?

수목원 구석구석 숨어 피어있는 자란을 발견할 때마다, 잊고 지냈던 소중한 인연의 얼굴이 꽃잎 위로 겹쳐지는 듯합니다.
'꽃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동그란 세상 속에 담긴 질서 (2) | 2026.05.15 |
|---|---|
| 5월의 장미원 황금빛 축제, 골든 셀리브레이션 (0) | 2026.05.14 |
| 오월의 선물, 제트루드 제킬 -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4) | 2026.05.13 |
|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장미원 (6) | 2026.05.13 |
| 빗물에 씻긴 그리움, 작약이 피어나는 시간 (10) | 2026.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