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내장산 서래봉 봄볕의 첫 현(絃), 벽련암 자주광대나물

Chipmunk1 2026. 3. 12. 00:32

내장산 서래봉 거대한 암벽 아래
천년의 숨결 품은 벽련암,
봄볕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당도하는
따스한 햇살 도량이라네.

겨울 가시지 않은 메마른 절집 마당
누가 이토록 고운 자줏빛 연지를 찍었나
울긋불긋 옷 갈아입은 광대의 몸짓처럼
봄을 향해 첫 춤사위를 올리는 너.

'광대나물'이라 불리는 그 속뜻은
층층이 돋은 잎들이 광대의 목둘레 장식 같아
어릿광대의 화려한 옷을 입고
벽련암 마당에서 봄춤을 추기 때문이라지.

'그리운 봄'이라는 네 꽃말처럼
너는 온몸을 자주색 멍으로 물들이며
서래봉 아래 누구보다 먼저 봄을 그리워했구나
가냘픈 꽃잎 속엔 이미 온기가 가득하다.

잎자루 꼿꼿이 세워 하늘을 우러르고
톱니 잎새마다 서래봉 햇살 가두어
'건강'이라는 또 다른 약속을 건네는 너
작은 몸 어디에 그토록 큰 생명력을 숨겼을까.

스님들의 발길 닿는 돌계단 틈새에서도
너는 비루한 잡초가 아닌, 고귀한 선구자
오늘도 보랏빛 입술을 열어
내장산 모든 겨울에게 작별의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