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14.

영하의 추위가 옷깃을 파고드는 경복궁의 겨울, 근정전(勤政殿)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장엄하게 서 있습니다.

조선의 정전으로서 왕의 즉위식이 열리고 국가의 대사를 논하던 이곳은, 이름 그대로 '부지런하게 정사를 돌보라'는 준엄한 가르침을 품고 있습니다.

과거 임진왜란의 화마로 인해 270년 넘게 빈터로 남아 있던 아픈 역사가 있었지만, 흥선대원군에 의해 다시 세워진 지금의 근정전은 그 시련을 이겨낸 우리 민족의 끈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천장에 새겨진 발톱 일곱 개의 용(칠룡)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자주국가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고자 했던 선조들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오늘날 이 역사적인 공간은 더 이상 왕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알록달록한 한복을 차려입고 근정전의 박석을 밟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화를 존중하고 체험하려는 그들의 정성은, 지켜보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는 단순히 관광객이 늘어난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이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보며 느끼는 자부심은 곧 '선진국민'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이어집니다. 과거의 유산을 소중히 지키는 것을 넘어, 우리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따뜻한 환대와 높은 문화적 품격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근정전이 오늘날 우리에게 건네는 새로운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높아진 국격만큼이나 깊어진 우리의 마음이 저 푸른 하늘처럼 맑고 당당해지는 순간입니다.

부지런한 다스림, 그 푸른 하늘 아래
천리 길도 한 걸음이라 하였느냐
근정(勤政)이라 새겨진 현판 아래
부지런히 마음 닦던 왕의 발걸음이
육백 년 박석 마당에 켜켜이 쌓였네
임진년의 불길도 잠재우지 못한 기상
칠룡의 발톱은 천장을 거슬러 오르고
화마를 쫓던 드무의 맑은 물줄기는
오늘, 이방인의 눈동자에 푸르게 담긴다
찬 바람에 옷깃 여미는 추운 겨울날에도
고운 비단 한복 차려입은 정성 고마워
월화문 지나는 발걸음마다
대한의 품격은 저 푸른 하늘로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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