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데이지장미축제에 초대받지 않은 담양 죽화경의 사대천왕을 소개합니다
2025. 05. 17.

2025 데이지장미축제가 시작되던 날, 계절의 여왕 5월의 한가운데에서, 화려하게 피어있는 봄꽃들 틈바구니 속에 숨어, 어쩌면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한 채로, 담양 죽화경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자란과 분홍찔레꽃과 찔레장미와 개엉겅퀴꽃을 무관의 사대천왕으로 뽑아봅니다.

대암풀이라고도 불리는 자란(紫蘭)은 한자 이름을 풀어서 자줏빛(紫) 난초(蘭)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난초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원산지는 대한민국, 중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 등지이며 산지나 바위틈에서 서식하는 약 40cm의 아담한 키에 매혹적인 색감의 봄꽃으로 주로 5-6월에 볼 수 있지만, 한 달 전쯤 4월에, 일찍이 양수리의 상춘원에서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던 자란을 본 이래로, 남도의 5월 한가운데에서, 그것도 데이지장미축제가 시작되던 날, 개체가 많이 없어 멸종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서로 잊지 말자’는 절절한 꽃말이 어쩜 점점 잊힐지도 모르는 자란의 현주소를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은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찔레꽃하면 주변 산야에서 짙은 향기를 발산하며 하얗게 피어나는 5월에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찔레꽃이 연상되지만, 작년 6월에 우연히 제주도 한라산 1100 고지 생태탐방로에서 만났던, 귀한 분홍 찔레꽃이 담양 죽화경 외진 산비탈에 수줍음 많은 산골소녀 같이 다소곳이 피어있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비록 축제에 초대받지는 않았지만, 어엿한 장미과의 흔치 않은 분홍 찔레꽃이기에, 어쩌면 죽화경의 데이지장미축제를 빛낼 또 하나의 주인공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찔레와 장미가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은 듯한 찔레장미가 분홍 찔레꽃과 이웃하여 구별하기 쉽지 않은 색감과 향기로 아직은 많이 눈에 띄지 않는 데이지장미축제의 임시 장미대표로 죽화경의 화려한 봄꽃 축제장에서 커다란 키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몸 전체에 하얀 털이 나있으며, 꽃은 보랏빛으로, 예로부터 지혈 작용을 하는데 써왔다고 전해지는 민들레만큼이나 생명력이 강한 봄이면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기에, 민들레만큼이나 세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꽃피는 잡초 정도로 치부되기 십상인 개엉겅퀴가 축제가 열리고 있는 죽화경 숲 속에서 예쁜 보랏빛 얼굴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비록 초대는 받지 않았으나, 아직은 장미가 만개하지 않은 담양 죽화경의 2025 데이지장미축제가 조화롭게 펼쳐지기를 바라는 갸륵한 모습으로 활짝 피어있는 개엉겅퀴가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답게 각인됩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꼽아 본, 죽화경의 사대천왕인 자란, 분홍 찔레꽃, 찔레장미, 그리고 활짝 핀 개엉겅퀴 꽃이 2025 데이지장미축제가 성황리에 마칠 수 있도록, 비록 주목받을 정도로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주인공 데이지와 장미와 어울려 축제 내내 함께 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