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노란 전령, 팔리다(Pallida)

Chipmunk1 2026. 3. 7. 00:48

​차가운 갈색 정적을 깨뜨리며
가지 끝마다 노란 리본이 묶입니다.

누군가 정성껏 가위질해 둔 종잇조각처럼
가늘고 긴 꽃잎들이 허공을 수놓습니다.

​그 이름은 '인테르메디아 풍년화 팔리다'
잎사귀 하나 없는 앙상한 가지 위로
가장 먼저 달려와 피어난 부지런한 마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여린 꽃잎을 돌돌 말아 스스로를 지키다
햇살이 다정해지면 다시 수줍게 기지개를 켭니다.

​노란 꽃잎 안쪽, 깊게 박힌 붉은 꽃받침은
시린 시간을 버텨낸 뜨거운 심장의 흔적.

그 속에서 번져 나오는 달콤한 향기는
보이지 않는 봄의 길을 공중에 그려냅니다.

​꽃잎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투명한 물방울은
풍년을 약속하며 찍어둔 화인(花印)일까요.

얼어붙은 땅 위에서 가장 따뜻한 빛깔로
세상의 문을 여는 노란 속삭임이 눈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