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천리향)의 짙어진 향기 속에 속절없이 깊어만 가는 천년 고찰 백양사의 고운 봄
2025. 04. 11.

일주일 전만 해도 봄을 데려온 고불매를 위시하여, 수양매화가 호령을 하던 백양사는 날마다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니, 간간이 찾아오는 꽃샘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봄이 절정을 향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반복하며 4월 봄은 중순으로 이어집니다.
쌍계루를 내려다보는 백학봉 산등성이에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산벚꽃등이 쌍계루를 환하게 비춰주고, 농도 짙은 미세먼지의 창궐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날로 푸르름을 더해갑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절반 정도 피었던 백양사 사천왕문을 들어서서 왼편으로 도열해 있는 서향은 짙은 향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만개하여 봄을 만끽하도록 나그네에게 특별히 허락합니다.

매화가 오기 전부터 겨우내 잔뜩 부풀어있던 꽃망울을 얌전하게 간직해 온 서향이 매화와 함께 개화를 시작하여, 빠르게 매화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온전하게 만개하더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절정에 다다른 백양사의 봄을 한층 더 아름답게 덧칠해 줍니다.

오랫동안 백양사의 청운당 앞 연못을 지켜왔던, 붉은 인동덩굴꽃 없이 시작한 작은 연못의 봄에, 화사하기 그지없는 이스라지(산앵두나무) 꽃이 꾸물꾸물 개화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물소리 새소리로 생기발랄한 약수천 작은 호숫가에는 물오른 단풍나무가 꽃필 채비를 마치고, 사방팔방 벚꽃이 만개한 백양사 약수천 계곡의 봄이 막바지 절정을 향해 일신우일신하는 4월의 중순을 활기차게 치고 나갑니다.
절정으로 치닫는 백양사의 봄을 달궈주는 만개한 서향 향기가 그윽한 백양사에서 행복한 나그네는 봄을 만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