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모악산 금산사의 봄

Chipmunk1 2024. 4. 9. 05:00

2024. 03. 27.

시원하게 펼쳐진 모악산 계곡을 지나
잘 정돈된 개나리 길을 따라 무념무상
모악산 천년고찰 금산사의 봄을 찾아
목련이 성글게 이어진 산책로를 지나
계곡 위 다리 건너 천왕문을 지납니다

사방이 툭 터진 천왕문과 선제루 사이
너른 광장이 끝나는 선제루 왼쪽에는
기대에 부응하듯 탐스러운 백목련이
아니 목련이 금산사의 봄을 알립니다

선제루를 바라보며 의연하게 서있는
함박 핀 키다리 목련의 그윽한 눈빛이
목련 꽃피기를 학수고대하던 속세의
오염된 영혼들의 권모술수와 탐욕을
잠재우고 은은한 향기로 다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두 번 다시
탐욕과 정쟁을 위해 목련뿐만 아니라
순수한 꽃과 자연이 소환되지 않기를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니 헛되다 해도
자연만은 꽃만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목련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건
고풍스런 천년고찰 금산사 선제루옆
족히 삼층건물 높이는 될 키다리 목련

안타깝게 세속의 탐욕과 권모술수를
알지 못한 채로 부지불식간에 소환된
목련이 탐욕스런 그들을 용서합니다

개나리 목련이 안내하는 계곡을 따라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선제루를 지나
대웅전 앞 보물 27호 육각 다층 석탑
미륵전 왼쪽 위 보물 25호 오층 석탑
그리고 너른 경내를 내려다보노라면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게만 보입니다

오층 석탑을 뺑둘러 함박핀 동백아씨
그윽한 꽃향기로  봄이 왔음을 알리고
미륵전에서 흘러나오는 염불소리에
붉게 익은 동백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우아하게 웃어주는 겹동백의 여유와

수줍게 웃어주는 애기동백의 청순함
이렇게 금산사에도 봄이 찾아옵니다

미륵전에서 흘러나오는 염불소리에
쌍살벌도 동백과 더불어 성불하려고
백팔번뇌 내려놓고 엎드려 절합니다

선제루 왼편 목련꽃은 봄을 안내하고

미륵전옆 우뚝 솟은 오층 석탑 둘러싼
동백은 금산사에 온 봄을 반겨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