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눈 내린 다음날 오후, 탄천 산책로의 겨울풍경 스케치

Chipmunk1 2023. 1. 28. 06:56

2023. 01. 27.

한파에 폭설, 그리고 또다시 한파가 찾아오는 혹독한 겨울이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지나친 탐욕과 전쟁으로 무질서한 혼돈의 세계가 시작되는 통제와 억압의 불행한 세상이라는 신조어 디스토피아(Dystopia)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는 지구촌의 재앙인 기상이변의 새로운 양상은 아닌지, 머릿속이 자못 복잡한 오후에 정평천을 지나 탄천을 가볍게 걷고 왔습니다.

서서히 내려오는 석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중백로가 탄천의 입구를 수문장처럼 홀로 외로이 지키고 있습니다.

죽전교를 지나 대지교 아래에는 매끈한 물닭 서너 마리가 자맥질을 해대면서 이른 저녁식사를 하는 듯합니다.

요동도 없이 장승처럼 서있다가 아주 가끔씩 눈 깜빡할 새에 먹이를 낚아채는 왜가리의 젊잖은 모습에서 유유자적함이 읽힙니다.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가 속삭이듯 바라보고 있는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탄천변의 버들강아지가 한파 속에서도 저녁햇살을 받으며 따스해 보이는 솜털 목도리 속의 짙어가는 회색 꽃망울이 화려한 개화 채비를 마쳐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천의 겨울 대세는 흰뺨검둥오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오리교와 구미교 사이의 징검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흰뺨검둥오리 커플의 애틋한 모습을 바라보며, 한파를 잠시 잊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물가에서 탄천의 겨울을 만끽해 봅니다.

매년 새롭게 다가오는 계절이 반갑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지난 세기말에 겪었던 지구종말론자들의 사기행각이 이제는 영향력 있는 과학자들에 의해 이번 세기가 지구의 마지막 세기가 될 것 같다는 반복되는 경고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야기된 지구온난화가 북극의 영구동토를 빠른 속도로 파괴하고, 그 속에 갇혀있던 다양한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면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인류를 멸망케 하리라는 가설이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더믹으로 나타났고, 지금도 중국에서는 매일 9천 명 이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 장기화되고, 또다시 해빙되는 영구동토 속에서 갇혀있던 바이러스들이 깨어나 또 다른 강력한 전염병이 쉼 없이 인류의 탐욕에 심판을 내릴 것이라 생각하니,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지는 지진과 폭염과 폭우와 심지어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 눈폭풍등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상이변은 차치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미세먼지 없는 탄천길을 걷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감사하는 마음과 나와 후손들에게 곧 닥칠 디스토피아가 뒤섞인 심란한 마음을 안고, 어둠이 내려오는 한파 속의 탄천 산책길 오후풍경이, 곧 닥쳐 올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갈음하는 듯싶은 씁쓸한 겨울저녁이 밤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