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부안 마실길 2코스 노루목 상사화길의 붉노랑상사화

Chipmunk1 2022. 9. 4. 15:28

2022. 09. 02.

일년에 열흘 남짓 꽃 피우기 위해 이른 봄부터, 잎이 핀 꽃 모종을 뽑아가는 몰지각한 사람들로 부터 꽃을 지키기 위한 파수꾼분들이 수고를 한 덕에 팔말구초가 되면 아름아름 탐방객들이 붉노랑상사화를 찾아서 제철지난 황량한 변산해수욕장과는 달리 아담한 송포항 주변에는 탐방객이 타고 온 차량들로 빼곡히 들어찬다.

붉노랑상사화 보다 열흘 정도 일찍 피는 위도상사화는 어느덧 늦깍이 몇송이만 남아있고, 노루목 상사화길에는 따가운 햇볕을 받아 노란 꽃잎 안으로 부터 붉어지는 붉노랑상사화가 춤을 추듯 해풍에 맞춰 흔들흔들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해안도로에서 시작해서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해안까지 점령을 한 붉노랑상사화도 다음주 태풍이지나가고 나면 비바람에 꺾이고 뽑혀서 순식간에 사라질 생각에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노루목 상사화길에 열병식을 하듯 줄지어 피어있는 꽃들이 바람에 흔들릴때 마다 줄기가 부러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발걸음을 옮기지만, 간혹 내 발에 걸려 넘어지는 꽃대에 화들짝 놀라며 큰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의 마음이되어, 밟힌 꽃들에게 진심 미안한 마음을 전하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은한 붉노랑상사화의 향기가 걷는 내내 호흡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되니, 노루목 상사화길에서 붉노랑상사화가 쉼없이 발산하는 천연 방향제가 뇌를 한결 상쾌하게 재충전시켜주는 호사를 누릴수 있는 행복을 짧은 글 솜씨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파아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하염없이 바다를 내려다 보고있는 저 꽃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러나 만날수없는 떠나간 인연에 대한 그리움을 내포하고 있는듯 싶어 괜스레 마음이 짠해온다.

숲에 가려 멀리서 바다를 바보려 안간힘을 쓰는 갸냘픈 꽃들이지만 해맑은 웃음으로 그리움을 승화시키는듯 보여 가슴이 찡해온다.

하늘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울때는 하늘과 맞닿은 언덕에 빼곡히 피어, 비록 나는 볼수 없더라도 내가 잘 보이도록 고개를 한없이 치켜세운 붉노랑상사화가 자못 심금을 울린다.

붉노랑상사화는 이곳 변산의 노루목 상사화길과 내소사의 전나무숲속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일부 수목원과 사찰등에 몇 그루 심겨져 있기는 하지만, 해안을 끼고 군락을 이루고 있는 변산의 노루목 상사화길 같은 자연의 보고는 대한민국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지않을까 싶은 뿌듯함을 품고, 짧지만 긴 탐방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