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좋은글 이야기

병오년 정월 초사흘, 초승달

Chipmunk1 2026. 2. 20. 00:01

​도시의 불빛이 발치에 머물 때
병오년 새 하늘 위로 첫 선이 그어집니다

​누가 밤의 장막에 저토록 고운
은빛 틈을 내어 희망을 심었을까요

​어두운 몸체마저 은은히 품어낸 건
비우고도 채우려는 달의 너른 마음입니다

​가늘게 뜬 눈꺼풀 사이로
미처 다 하지 못한 새해 기도가 새어 나오고

​차가운 겨울 공기를 뚫고 나온 저 빛은
사실 머지않아 당도할 봄의 약속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느다란 배 한 척이
적막한 어둠의 바다를 고요히 항해합니다

​얇다고 얕볼 수 없는 저 결연한 눈빛은
보름으로 가는 가장 당당한 첫걸음이며

​테두리에 맺힌 붉고 신비로운 기운은
말띠해의 열정을 닮아 뜨겁게 일렁입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빛의 궤적은
당신의 꿈도 저 달처럼 차오를 거라는 증거입니다

​정월 초사흘 밤하늘이 건네는 이 눈썹달은
오늘 우리 마음속에 지지 않는 인장을 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