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달이 지는 자리, 봄이 뜨는 마음

Chipmunk1 2026. 2. 3. 09:32

​어둠의 끝자락을 지키던 하얀 달이
산등성이 그림자에 가만히 몸을 눕힙니다

​밤새 시린 가지마다 금빛 숨결 불어넣고
이제는 제 몫의 시간을 다해 저물어갑니다

​달이 떠난 빈 하늘은 슬픔이 아니라
곧 차오를 햇살을 위해 내어 준 너른 품입니다

​바람 끝에 묻어있던 차가운 겨울 냄새도
달빛이 머물다 간 자리부터 녹아내립니다

​가지 끝에 맺힌 작고 단단한 꽃샘눈들은
지쳐 떠나는 달의 뒷모습에 안부를 묻습니다

​보이지 않는 땅 밑에선 이미 물소리 들리고
잠들었던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납니다

​이제 달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나면
우리가 기다려온 첫 번째 봄이 찾아오겠지요

​묵은 마음의 짐은 저무는 달에 실어 보내고
비워진 가슴에는 설레는 꽃향기만 채우려 합니다

​어제의 어둠이 오늘의 빛을 이길 수 없듯
우리의 계절도 어느덧 환한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지느라 수고한 달아, 너를 보내고 나면
내일은 내 마음속에도 입춘의 꽃 한 송이 피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