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도의 수국과 산수국
2025. 06. 10.

서귀포시 호근동 569-2번지에 소재한 숨도는, 1997년 "서귀포귤림성"으로 개원한 이래로 "석부작 테마공원(2001년)", "석부작 박물관(2013년)", 그리고 마침내 2021년에 '숨이모여 쉼이되는 정원'이라는 슬로건(Slogan) 하에 "숨도"로 개명하여 오늘날 개원 초기의 3만 여점 풍란과 석부작(난이나 분재 따위를 돌에 붙여 자라게 하여 만든 관상 작식품)을 비롯해 천여종의 야생화가 계절마다 변신을 거듭하며, 태초의 제주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고, 제주의 돌과 들꽃들로부터 느껴지는 싱그러움과 풍요와 생명의 감동이 그대로 숨 쉬고 있는 "숨도"는 아직 제주 주민들에게도 낯선 장소임이 분명하지만, 어느덧 나그네는 작년 6월 이래로 네 번째 방문합니다.


산수국은 말할 것도 없고, 아직 다 지지 않은 봄꽃들의 흔적과 곳곳에 숨어 핀 들꽃들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아직도 생생한 작년 6월의 추억을 쫓아 단숨에 잎만 무성한 동백정원 보다 조금 높이 사방에 크고 작은 올망졸망 오름들과 한라산이 막힘없이 시야에 들어오는 수국정원에 올라, 지난 1년간 스멀스멀 올라오던 수국에 대한 그리움의 갈증을 한순간에 풀어봅니다.

수국정원에서 숨도카페로 가는 길목에 숨도의 생명수 폭포를 중심으로, 겨울에는 진달래가 봄에는 수양매화, 지금은 연분홍과 백색의 아젤리아가 천상의 화원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카페 문도 열기 전에 카페에 들러, 아홉 시가 되어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시원한 하귤슬러쉬와 방금 나온 따뜻한 수제감귤케이크로 한상 제대로 차려놓고, 슬러쉬의 얼음이 다 녹기 전에 수국정원에 다녀와서 열기를 식히고, 잠시나마 망중한의 여유를 즐겨봅니다.


수국정원 아래 다소곳이 관람로를 에워싼 알록달록 앙증맞은 산수국이 숨도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지게 합니다.

그리고, 카페를 나와 관람로 초입에서 기다려준, 숨도의 꼭대기에서 발원하는, 겨울에는 진달래가, 봄에는 수양매화가, 그리고 여름에는 아젤리아가 주인공이 되는 폭포수가 작은 계곡을 이루어 산수국에게 자리를 마련해 준 산수국계곡을 끝으로 숨도와는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가을의 핑크뮬리와 겨울의 동백정원을 상상하며, 그리 오래지 않을 숨도와의 반가운 해후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