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대웅전, 봄날의 서향
2025. 04. 04.

오전 내내 내장산 우화정 앞에서 봄을 기다리다, 역사적인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진정한 봄을 확인하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내장산 계곡 산책길을 한 바퀴 돌아서, 49개월 전 방화로 전소되었던 내장사 대웅전의 재건 상황이 궁금하여, 일주문과 단풍터널을 지나 정혜루 앞에 서니, 드디어 가림막 너머 기와를 올릴 뽀얀 나무지붕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목재를 다듬는 전기톱의 굉음과 톱에 잘리는 목재에서 휘날리는 톱밥가루가 관음전을 비롯한 경내의 모든 법당의 문을 닫게 하고, 인적도 끊긴 채로,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석가탄신일에는 대웅전의 윤곽을 어느 정도 나타내고 싶은 심산인지, 분진 마스크를 한 인부들의 손발이 바쁘게 움직이며 막바지 뼈대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향의 향기는 바로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톱밥가루에 아랑곳 않고 탐스러운 꽃송이 송이에서 짙은 향을 뿜어내며 활짝 피고 있습니다.
함박눈처럼 휘날리는 톱밥가루를 온몸으로 받으며,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로, 경내 깊숙이 서래봉을 지붕 삼아 앉아있는 관음전 앞 서향나무 곁으로 다가가, 예쁘게 피기 시작한 서향과 지난 3월 초에 이어 반가운 해후(邂逅)를 나눕니다.
가림막 위로 웅장한 뼈대가 보이기 시작한 새 대웅전을 만드는 힘찬 굉음과 금빛 톱밥가루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서향은 짙은 향기를 맘껏 내뿜으며, 한 달 후(5월 5일), 부처님 오신 날에는 보다 만개한 서향이 눈처럼 쌓이는 톱밥가루를 남김없이 털어내고, 한층 짙어진 향기로 내장사를 넘어 진정한 봄이 찾아온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