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백양사의 봄, 수양매화,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봄의 소리

Chipmunk1 2025. 4. 11. 04:29

2025. 04. 03.

백양사의 봄은 약수천 소나무 섬에서 시작됩니다.

파릇파릇 풀이 자라고, 단풍나무 가지에 붉은 잎이 움트는, 마지막 공영주차장을 지나  본격적인 백양사 가는 길 초입의 약수천 작은 호수 둘레길은 생동감 넘치는 봄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백양사 약수천의 봄은 백양사 뒤 백학봉 너머로, 4월의 눈 소식과 꽃샘추위를 뒤로하고 빠르게 빠르게 북쪽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잠시 잦아진 바람이 쌍계루 앞 약수천에 쌍계루와 백학봉의 있는 그대로 데칼코마니를 만들고, 파릇파릇한 봄이 백암산 산등성이를  감싸고, 산벚꽃나무인지 이스라지인지 분간은 안되지만, 온갖 봄꽃들이 개화를 시작합니다.

봄과 함께 개화를 시작하던 붉은 인동덩굴도 사라진 청운당 앞 작은 연못이 왠지 허전해 보이지만, 산앵도나무 꽃의 개화를 눈앞에 두고, 청운당 왼쪽 모서리에 살짝 얼굴을 내민 고불매가 백양사의 봄을 인증합니다.

홍매를 매달고 화려하게 만개한 수양매화가 담장너머 고불매를 흠모하더니, 신기하게도 수양매화나무에 고불매가 함께 피어 있으니, 불심이 수양매화나무에 고불매를 맺어준 것이 아니라면, 과학의 힘을 빌어 수양매화와 고불매가 하나가 된 것이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백양사에서만 수양매화나무에 홍매와 고불매가 투톤 컬러로 만개해서 진귀한 봄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랜 시간 고불매를 흠모해 온 수양매화의 애절한 눈빛이 결실을 맺어 수양매화가 고불매를 품고 봄을 맞은 백양사는 백학봉을 배경으로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봄 풍경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돌틈에서 작은 물줄기를 내뿜어 봄의 생명이 꿈틀거리는  바위를 뒤덮은 초록초록한 이끼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생동감 넘치는 물소리가 봄의 소리가 되어 천년고찰 백양사를 봄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습니다.

열두 가지 반찬과 함께 하는 다슬기(올갱이) 해장국 아점으로 백양사에서의 또 다른 추억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