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진눈깨비 내리는 청용의 새해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첫나들이 한 경복궁(景福宮)

Chipmunk1 2024. 1. 4. 12:31

2023. 01. 03.

진눈깨비가 내리는 경복궁의 아침은, 날씨와 상관없이 국적에 상관없이 인종에 상관없이 남녀노소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데칼코마니를 보기에 안성맞춤이겠다 싶었던 경회루(慶會樓) 연못은 얼음이 두껍게 얼어 겨울을 실감 나게 합니다.

곳곳에 붉은 열매가 고스란히 언 채로 산수유 열매가 경복궁의 노란 봄을 연상시킵니다.

왕이 신하들과 국가 경영을 논의했던 사정전(思政殿)의 웅장한 모습과 사정전과 경회루 사이에 단풍나무 씨앗이 꽃처럼 매달린 모습에서 가을의 단풍이 연상됩니다.

직박구리 한 마리가 경회루 뒤뜰 산수유 열매를 독차지하면서 경복궁을 휘젓고 다닙니다.

조선시대 궁궐의 정전 중에서 가장 높고 규모가 크며, 조선후기 다포계 건축의 특징을 대표하는 건물을 에워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손님들이 신기한 듯 둘러보고 사진 찍느라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운 경복궁 근정전(勤政殿)이 한결 웅장해 보이고, 단풍나무의 씨앗처럼 우리의 전통고유문화가 세상에 K문화의 씨앗이 되어 퍼져나가고 있음에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 한 태원전(왕과 왕비, 대비가 죽은 후 발인할 때까지 관을 모시던 빈전) 앞 뜰에도 산수유가 붉은 열매를 나뭇가지 가득 매달고, 직박구리 한 마리가 산수유 열매 먹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경회루 주변의 단풍나무에는 적당히 마른 씨앗이 멀리서 보면 붉은 열매가 가을을 지나면서 미색의 야리야리한 꽃과 같이 경회루를 에워싸고 가을의 단풍을 기대하게 합니다.

마치 짝 잃은 이매조를 연상시키는 직박구리 한 마리가 자칫 삭막할 수 있는 흑백의 경복궁 겨울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경복궁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신년 청용의 해 셋째 날 아침을 경복궁에서 지납니다.

아직 과즙이 마르지 않은 붉은 산수유 열매와 미색의 꽃송이처럼 복스럽게 달려있는 단풍나무 씨앗과 경복궁의 주 출입문이 된 웅장한 근정문을 드나드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청용의 해에도 끊김 없이 이어지고 있음에, 오랜만에 찾아본 경복궁이 뿌듯함을 넘어 수시로 다시 찾고 싶은 그리움이 쌓이는 정서가 가득한 마음의 곳간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