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결실(結實)의 계절 가을(3) (맥문동 열매)
Chipmunk1
2023. 10. 27. 07:34
초여름부터 터뜨리기 시작한 보랏빛 맥문동 꽃이 가을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꽃잎을 거두고, 초록빛으로 맺기 시작한 열매가 깊어가는 가을 속에 흑진주의 모습으로 여전히 푸르른 잎사귀 사이에 자리하고, 눈 내리는 겨울을 기다립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까맣게 익은 열매가 한겨울 눈 속에서 반짝이는 모습에서 맥문동의 풍미를 한층 더하겠지요.
온갖 모진 세파 속에서도 반만년을 이어 온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가 함축된 듯싶은 단단한 맥문동 열매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절망과 탄식으로 이어지는 작금의 시간들이 어쩌면 한겨울 눈 속에 갇혀 얼려있는 맥문동의 새까만 열매와 동병상련하는 심정으로 어제 보다 더 견디기 힘들고 한결 더 참담할 수도 있는 예측하기 힘든 나날들을 하릴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에게도 머잖아 살만한 세상이 찾아와 주기를, 맥문동 까만 열매가 땅에 떨어져 새순이 나서 세상을 정화시켜 주는 그날과 같은 날이 돌아올 희망을 품고, 시월의 마지막 불금에 선량한 민초들을 우습게 아는 위정자들의 더러운 탐욕에 불의 심판이 내려지고, 오늘도 피 눈물 속 무정부 상태에서 그 누구의 보살핌도 없이 각자도생 중인 나라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언제나 한결같이 고통 속에 신음하는 민초들이 잠시라도 환희하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간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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