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노루목상사화길(1) (이질풀꽃)
2023. 09. 02.
공교롭게도 1년 전 같은 날 오후에 붉노랑상사화를 찾아왔건만, 지천에 깔려있는 붉노랑상사화와 위도상사화는 뒷전으로 하고, 이질풀꽃을 찾느라 상사화 군락지를 여러 차례 돌면서 눈에 불을 켜고 도감에는 키가 50cm까지 자란다고 되어있지만, 노루목상사화길의 이질풀은 불과 10cm 안팎의 작은 키에 상사화 속에 섞여 있으니, 다행스럽게도 상사화의 잎이 일찍 떨어져 그나마 이질풀꽃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작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꽃의 빛깔도 작년만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초가을인 요즈음 한창인 만항재의 이질풀꽃 보다 키는 훨씬 작지만, 색감은 꽃말인 새색시를 모른다 하더라도 곱디고운 여인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다른 곳에 비에 키가 작은 것은 아마도 변산의 거센 해풍에 견디기 적합하도록 주변의 풀들을 방풍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작은 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름이 다소 원초적이라 예쁜 꽃의 생김새와 어울리지는 않지만, 이름만으로도 설사병인 이질과 관련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에 치이고 찌들고 여유 없던 시절에는 설사병에 효과가 있는 풀이라 알고 민간요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새색시처럼 어여쁜 꽃이라 정서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우선했으리라 생각하니, 현초(玄草)나 노관초(老觀草)라는 한자이름이나 제라늄(geranium)으로 통칭되는 영문이름이 더 그럴듯해 보이긴 하지만, 잦았던 설사병인 이질에 즉효인 이질풀이 더 민초들의 삶 속 정서에 녹아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질풀꽃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쥐손이풀(풍로초)은 다섯 장 꽃잎에 공히 세줄이 선명하게 거의 일직선으로 그어져 있지만, 이질풀꽃은 새색시의 분홍치마 주름처럼 다섯 줄이 넘는 줄이 자유분방하지만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어져 있기에, 쥐손이풀(풍로초)과 구별됨을 늘 복습하게 됩니다.
작년보다는 개체수가 훨씬 줄어든 새색시처럼 어여쁜 이질풀꽃이 내년에는 올망졸망 앙증맞은 모습으로 상사화 세상 아래의 넓은 영토에 넉넉하게 군락을 이루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봅니다.
https://tglife1.tistory.com/m/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