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의 한 여름 _ 새벽 여명(黎明)부터 해돋이까지
2023. 08. 06.
저물어 가는 새벽 하현달이 병산서원 초입의 주차장에서 병산서원 복례문을 향하는 새벽길을 인도하고, 어스름한 새벽 공기는 제법 시원하건만, 마치 야생 고라니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이 숲이 우거지고 한산한 낙동강변길이 아직은 어둑어둑하건만, 어디선가 부지런한 닭들의 훼치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오고, 등뒤에 아스라이 풍산의 하회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화산봉과 부용대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새벽 다섯 시가 가까워 올 즈음 홀로 병산서원의 관문인 복례문 앞에 서 있습니다.
어느덧 동쪽의 화산과 부용대 위 파란 새벽하늘 아래 붉은빛 여명이 조금씩 밝아오고, 만개한 복례문 앞 여름 병산서원의 상징이 되어버린 배롱나무 꽃이 희미한 여명에 물들어 서서히 불타고 있습니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 화산을 넘어오는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든 배롱나무 꽃 사이사이에 아침해가 잠시 머물고 병산서원의 윤곽이 조금씩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오니, 여섯 시가 채 되기도 전에 뜨거워져가는 아침햇살에 병산서원도 숨 막히는 폭염에 하릴없이 휩싸이고 이른 아침부터 온몸에 땀이 기분 좋게 촉촉해집니다.
풀벌레소리와 온갖 새소리와 부지런하게 일터로 향하는 농부들이 1톤 트럭에 힘차게 시동 거는 소리가 한여름 병산서원의 아침을 더욱더 뜨겁게 달굽니다.
어느새 나그네의 심신도 폭염에 잘 적응된 듯 그러려니 하면서 아침햇살에 쫓기듯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반반 섞어놓은 병산서원길에서, 차창문을 활짝 열고 아직 덜 달궈진 청량하고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폭염 속의 한여름을 병산서원에서 만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