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남국사(제주시 아라일동)는 파란 산수국과 수국의 성지로 기억됩니다
Chipmunk1
2023. 6. 26. 04:56
2023. 06. 14
파란 수국이 생각날 때면 제주시 아라일동에 있는 남국사를 찾습니다.
에메랄드빛 파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영롱한 수국 송이송이가 마치 귀여운 동자승의 머리인양 사찰과 잘 어울리는 파란 수국이 경내를 은은하게 울리는 독경소리와도 잘 어울리고, 어느새 파란 수국과 인간의 근본 도리를 깨닫게 하는 가르침이 담겨있는 불경소리가 일심동체가 되어 자연스럽게 경건한 마음으로 조심조심 한송이 한송이 마음에 담고 카메라에 담습니다.
규모가 작은 사찰이기에 별도의 일주문은 없지만, 일주문과 망루 역할을 하는 사찰의 관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는 낮은 돌담을 쌓아 만든 중앙로 양편에는 파란 산수국이 절정을 이루니, 마치 파란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질서 있게 앉아 염불을 하며 내방객을 맞아주는 듯한 가슴 벅찬 상상을 하게 합니다.
농익은 산수국과는 달리 칠월의 만개를 위해 막 피기 시작한 수국은 아직 파란빛을 발하기에는 이른 유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조금씩 여백을 파랗게 채워가는 모습이 설익으면 설익은 대로 미완의 대기를 만난 듯 꾸밈없이 보이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파르스름한 귀여운 동자승을 연상시키는 아기 수국이 더없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화려함 보다도 차분하고 담백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남국사의 파란 수국과 산수국을 보면서 잠시나마 복잡다단한 속세를 떠나 무념무상의 귀한 시간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