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우도수국꽃길

Chipmunk1 2023. 6. 19. 05:00

2023. 06. 13.

어쩌다 보게 된 우도의 수국이
이른 새벽 한라산 윗세오름 산철쭉을 보자마자
백 리 길을 탓함 없이 성산포항으로 달리게 합니다.

뭍에서는 하나 둘 수국축제가 시작되었고
각양각색의 개량종 수국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어렵잖게 다양한 수국들을 만날 수도 있건만
무엇이 불원천리 버스와 지하철과 비행기와
렌터카와 배를 타고 한참을 걸어서
우도수국꽃길로 오게 했던가요?

지금 까지는 올레길 1-1 코스를 걷고
인증 스탬프를  찍는 재미로 찾았던 우도였는데,
이제는 유월이 되면 우도의 빛깔 고운 수국이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돌담 위에 소담스럽게
앉아있는 모습이 그리워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언제부턴가 우도는 뚜벅이 관광객은 실종되고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맘 편히 걸을 수 없게 합니다.

다정한 연인들이 걷기 알맞은 수국꽃길에도
수시로 자동차가 들락 거리며 흙먼지를 일으키고,
자동차의 소음과 먼지들이 수국 꽃잎에 내려앉을까
노심초사하는 나그네의 심사가 복잡해집니다.

섬안의 섬인 청정우도의 미래가 살짝 걱정되고,
여유롭게 돌담사이 흙길을 걷던 낭만이 그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담길 사이사이 야자수 아래 올망졸망 피어난
수국들이 'Don't worry be happy'라 속삭여줍니다.

구름에 갇힌 하늘이 수국과의 멋진 콜라보와
흐린 날씨가 청정 푸른 바다와 수국과의 콜라보를
허락하지 않음에 조금 서운함은 남지만,

우도 수국의 생동감 넘치는 색감에서 풍겨 나는
뭍에 있는 수국들과는 미묘하게 다른 매력에 빠져
우도수국에게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나눠 갑니다.